[정세] 아펙반대 투쟁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전철연 | 2005.12.08 00:37 | 조회 6389



아시아태평양의 자본가 국가의 수괴들이 모이는 아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끝났다. 노무현정권은 콘테이너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아펙에 저항하는 노동자, 인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자본가들만을 위한 아펙행사를 치렀다. 반아펙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던 콘테이너박스에는 남한의 거대 독점자본인 현대라는 마크가 찍혀 있다. 경찰은 현대 콘테이너 위에 올라서서 시위대에 맞서 물대포를 쏴댔다. 이 장면은 아펙이 바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국가는 독점자본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기 위하여 폭력기구인 경찰기구를 동원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노무현은 아펙 정상회담 자리에서 “가난의 대물림으로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며 “세계화가 주는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이 뻔뻔하게 성장의 과실을 운운하기 고작 3일 전인 11월 15일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서 수백 명의 농민들은 잔인한 폭력을 당해야 했다. 이 날의 농민투쟁에 대한 경찰의 폭력은 80년 광주를 재현한 내전이었다. 농민들은 성장의 과실을 맛보기도 전에 인내의 쓴맛을 보다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자결과 투쟁으로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노무현은 농민투쟁이 부르주아 착취질서와 안전 즉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 두려워서 그렇게 잔인한 폭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남한의 운동진영에서는 이번 아펙반대 투쟁에서 아펙반대, 부시반대를 외치며 국민행동본부로 결집해서 투쟁했다. 우리는 여기서 자본의 세계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속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한 반세계화 공동전선 속의 투쟁에서 중심에 세워야 할 정치노선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 세계적 차원의 수탈과 억압의 과정!


자본가들은 “자기 자신의 형상을 따라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자본은 지역적 고립을 넘어서 국가차원으로 자신의 활동범위를 넓히고 급기야는 전세계를 자신의 상품소비시장과 원료, 노동력의 공급처로 삼는다. 자본의 세계화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초기부터 강력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본주의는 교통, 통신수단의 발전, 전 세계적인 신용제도의 발전, 자본의 규모가 더 거대해지면서 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규모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자본간, 국가간 생산과 교류의 확대를 가져오면서 전세계를 하나의 통합된 시장으로 묶는다. 전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가 자본이 원하는 대로 지구촌이 되는 과정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과정이 아니다. 자본은 세계화 과정에서 자국 내 자본, 전세계 자본과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이 생존경쟁의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고 탈락하는 자본은 몰락하거나 거대자본에게 흡수당한다. 따라서 자본의 세계화는 중소자본이 몰락하고 거대자본으로 자본의 독점화가 강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국가는 자국의 자본이 전세계 자본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을 쏟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본간, 국가간 경쟁은 자본주의의 위기가 격화될수록 격렬해지고 이것이 국가간 경제전쟁, 물리적 전쟁을 낳기도 한다.

자본의 세계화는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이고 인력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노동자를 착취해서 자본이 만들어낸 대공업이 노동자들을 하나의 거대한 공장으로 몰아넣어 노동자의 단결과 힘을 강화시켰듯이 자본의 세계화는 노동자계급이 해방으로 가기 위한 물질적 토대를 만들어 놓는다. 자본의 세계화는 곧 자본이 초거대자본으로 조직되는 독점화 과정이고 이것을 통해 노동자를 거대화된 자본 밑으로 결집시켜서 노동자계급의 조직된 힘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의 세계화는 전세계 자본간 교류와 생산의 확대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의 기초를 마련하며, 한 공장에서의, 일국의 노동자투쟁이 전세계적인 자본간 연결고리를 끊으며 자본에 국제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일국을 기반으로 시작하지만 전세계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재조직화해서 국제적인 해방으로 완성된다. 자본의 세계화는 이런 점에서만 진보적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자본의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노동자계급해방의 물질적 기초를 낳기 때문에 순응하고 환영해야만 하는가?

제국주의 자본은 자본의 세계화 과정에서 식민지를 건설하여 식민지 국가에서 자본주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이를 두고 자본가들은 봉건적인 후진적인 사회에서 자신들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식민지 건설은 진보를 가져왔다고 말하며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였다. 마르크스는 인도에서의 영국 제국주의의 식민지 건설이 자본주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식민지 착취에 맞서 인도의 노동자계급이 철저하게 투쟁할 것을 주장했다.

“영국의 부르조아지들이 어쩔 수 없이 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다수 인민의 사회적 조건을 해방시키거나, 그것을 물질적으로 개선시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 그들이 각 개인 및 각 민족을 끌어내어 피와 땀, 비참과 고통을 겪게 하지 않고서 일말의 전진을 이룬 적이 있는가? 인도인들은, 영국 자체 내에서 현 지배계급이 산업 프롤레타리아트로 대치되거나, 힌두사람들 스스로 영국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질 수 있을 만큼 강력하게 성장했을 때에만 비로소 영국 부르조아지가 그들 사이에 뿌려놓은 사회의 새로운 요소들의 결실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안소니 부르어, 「제국주의와 신제국주의」에서 재인용)

영국제국주의의 식민지 압제에 맞서는 인도인들의 투쟁은 과거의 봉건제로 사회를 되돌리는 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도에서 생겨나게 된 노동자계급이 해방을 위해 투쟁을 할 때 진정한 해방을 쟁취할 수 있다.

자본은 세계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초과 착취하여 이윤을 확보함으로써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 자본은 농촌에도 진출하여 전통적인 농민의 생산과 삶의 조건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가 국가는 자본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노동자, 농민이 여기에 저항하면 물리력을 동원하여 투쟁을 탄압한다. 남한에서는 이것이 파견법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개악 시도 등으로 나타나고 농민에게는 잔인한 폭력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가 발전의 과정이고 진보의 과정이라면 이것은 오직 자본가들만을 배불리는 과정이고 노동자계급과 근로인민에게는 수탈과 억압, 생존권의 잔인한 파괴의 과정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철저하게 투쟁해야 한다.


수탈과 착취의 양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자본은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자유무역을 기치로 내건다. 국가에 의한 관세와 자국의 자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자본의 자유로운 무역확대를 가로막는 최고의 암적인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자본가 국가는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기도 하고,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한다. 자본가 국가는 여기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역별 블록화를 통해 지역 내 자유무역을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블럭은 역외 국가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경제기구인 듯싶지만 자본가 국가는 배타적인 지역블록을 통해 역외의 국가들의 자유무역을 끌어내기도 한다. 역내 블록 밖의 국가들은 여기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국가간 쌍무협상을 체결하기도 하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처럼 블록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가 국가간에 이렇게 거듭 자유무역이 강조된다는 것은 역으로 국가간 보호무역이 성행하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자본가 국가들은 자유무역을 전면에 강조하다가도 자국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때는 태도를 돌변하여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다.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산업이 가장 발전한 영국자본주의는 독일, 미국 등 후발자본주의 국가들에 대해 전면적인 무역의 자유를 외쳤다. 그러나 이러한 영국도 이전에는 보호무역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자국산업과 자본가들을 보호하고 육성했다.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영국의 자유무역 공세에 맞서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던 독일, 미국은 자신의 국가 내 자본가들이 독점이 강화되고 경쟁력이 생기자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힐퍼딩은 ‘금융자본’에서 이에 대해 “보호무역주의의 기능은 완전히 변했다. 그것은 외국산업이 국내시장을 정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수단에서 국내산업이 국외시장을 정복하기 위한 정복수단으로 바뀌었다”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초기에 영국의 자유무역 공세에 맞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기도 했던 미국 자본주의는 지금에 와서는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의 힘을 바탕으로 전세계 국가에 대해 시장개방과 관세인하 압력 등 자유무역 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제국주의는 자유무역 공세를 취하는 한편으로 반덤핑 조치, 슈퍼 301조라는 통상법으로 자국의 산업을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 높은 관세를 메기고, 강력한 보복조치를 통하여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 왔다. 미국은 특히 철강산업, 자동차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고 있고, 반면에 영화산업, 금융, 농업, 첨단항공, 무기산업 등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외국에 개방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저임금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여 저가로 자국의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에 대해 인권을 강조하면서 공정무역을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테러리즘을 이유로 이라크 인민들을 대량학살하고 자국 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미국이 말하는 인권은 결국 제국주의 정책을 은폐하고, 자국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미국의 총연맹인 AFL-CIO는 자국의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보호무역, 공정무역을 외치면서 시장개방을 반대하고 타국의 산업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자국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타락한 AFL-CIO은 자본간의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과정에서 오는 정리해고, 노동의 유연화, 임금삭감 등 자본의 공세에 맞서 투쟁을 회피하면서 자국산업 살리기라는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

자본가 국가는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서 자국 자본이 충분히 전세계 자본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국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보호무역 초기에 자본은 노동자계급에게 저임금을 강요해서 저가의 상품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시장에서 저가로 판매한 상품의 이윤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의 우산 아래서 노동자의 피를 먹고 국내에서 성장한 독점자본은 전세계 시장을 향해 돌진한다.

이제 자본가 국가는 자국의 독점자본이 세계시장으로 진입하고 여기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유무역을 강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 국가는 독점자본이 전세계 시장에서의 자유무역, 자유경쟁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국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다. 결국 자유무역이나 보호무역 어느 경우에도 죽어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자본의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과정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없으면 몰계급적인 입장에 빠지게 된다. 남한 내에서 협조주의자들이 말하는 자동차산업살리기, 산업공동화 주장도 결국은 자본의 세계화와 자유무역 그 자체를 반대하면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이번 아펙반대 투쟁에서 이러한 몰계급적인 요구가 전면을 장식했다.


총구를 잘못 겨눈 반아펙 투쟁


이번에 아펙반대 투쟁을 전개했던 세력들은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본부’로 집결해서 투쟁했다. 이 중에는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노동자계급, 농민, 시민단체, 여성단체, 환경단체 등 다양한 세력들이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맞서 투쟁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평소 반미를 외치는 우파만 아니라 좌파도 덩달아서 반부시를 소리 높여 외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세력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다.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폭력적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를 주적으로 대항해서 싸울 것인가? 부시가 우리의 주적인가? 부시가 제국주의 심장인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부시반대를 외친 것인가? 그런데 이들이 부시반대를 외치는 것은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에 의해서 자유무역이 강요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유무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신식민지, 종속론과 그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다.
과연 남한의 노무현정권과 독점자본은 미국의 강요에 의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자유무역의 길로 나섰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설사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세계화된 세계에서 권력의 실체는 한국정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기 때문.”(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차장)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은 주체적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첨병 IMF, IBRD의 강제성 권고에 의해서 강압적으로 관철되게 됨.”(박노영,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한국사회」)

이러한 인식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외세의 강압에 의해 개방을 강요받는 국가에서 아펙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아펙을 자본가들의 축제로 가져가려 했을까?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인식은 자본주의 체제에 둘러싸인 사민주의정권이 자본의 힘과 시장논리에 의해 끌려 다니다가 결국은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배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인식은 실질적인 권력의 실체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에 허수아비에 불과한 한국정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럼 이들이 사고하는 실질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들은 아펙 첫날인 17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반대하기 위한 경주역 집회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WTO, 세계은행, IMF가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권력 중심”이라고 외쳤다. 결국 이들은 최고의 권력기구인 세계 무역기구와 금융기구를 깨기 위해서 아펙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의 경우에도 이 같은 인식에서 ‘초민족 금융권력’이 “남한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남한의 자본가 권력과 독점자본은 우리의 주적이 아니다. 노무현과 남한 독점자본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기구들에 의해 끌려 다니면서 이 기구가 요구한 데로 구조조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

이들은 먼저 남한 자본주의의 발전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남한 독점자본은 제국주의 국가 심장부에도 자본을 투자하고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남한 자본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미FTA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에서 한미FTA를 주도하는 전략적 대응 강구”라면서 “농업 등 한미FTA 체결 시 예상되는 경제 사회적 마찰 비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각 부문의 효율을 제고”(삼성경제연구소, 「미국의 FTA전략과 시사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 언론에서도 아펙을 계기로 보호무역 장벽에 맞서 국가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아펙 투쟁을 하는 세력들은 “무역자유화는 농민들의 희망을 빼앗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의 농민들은 무역자유화가 강화되기 이전에도 저곡가 정책, 막대한 부채, 자본가 국가의 농촌 수탈 정책 등으로 농촌은 황폐화되고 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남한의 독점자본과 국가는 미국과의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미국의 개방을 유도해 미국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농업 등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중소자영농을 퇴출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본이 농업에 진출하여 독점적인 농업경영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결국 무역자유화 반대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를 위해 농민을 파멸로 몰아가는 남한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 무역기구와 금융기구는 자국의 이해를 대변하려고 하는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개발도상국 국가는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적 기구에 참여해서 자국 산업의 이해를 최대한 유리하게 반영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노동법 개악과 파업권 무력화 등으로 자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강압적인 탄압으로 자국 자본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

초국가기구인 각종의 자유무역기구와 IMF 같은 금융기구에 의해 국가가 머저리처럼 끌려 다닌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한 국제기구를 끌고 다니는 것은 국가다. 그것도 그 중심부에 서 있는 제국주의 국가다. 결국 국제기구 속에서 제국주의 국가간, 제국주의와 비제국주의 국가간, 비제국주의 국가 서로 간에 자국자본의 경제적 이해와 이 바탕이 되는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부시 전쟁광’, ‘네오콘’, ‘부시 독트린’ 같은 반부시 주장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미국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제국주의의 산물임을 은폐한다. 그리고 이라크에 대한 제국주의 전쟁과 인민에 대한 학살, 자유무역과 구조조정 강요 등이 마치 부시 개인과 공화당 강경파들의 음모에 의해서 발생하는 문제로 이해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태도는 미국 제국주의 국가권력과의 투쟁을 회피하고 미국 지배계급의 한 분파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설사 자유무역이 미제국주의의 강압에 의해 추진되는 것을 이해한다하더라도 자국 국가의 자본주의 발전수준이나 자본의 발전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총구를 자국의 국가와 자본으로 돌리지 못하게 된다. 전국민중연대, 통일연대 반미반전연석회의 같은 우파는 “미국에 빼앗긴 주권 민중의 힘으로 되찾자”, “신자유주의 경제침탈로 우리 경제 다 죽이는 부시를 반대한다”면서 반제국주의의 문제를 반미, 반부시로 끌고 가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장상환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무역기구, 금융기구가 추진되는 것을 바라보지 못하면 “WTO무역체제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면서 ‘민주적 국제협력’을 주장하게 된다. 이는 세계금융기구, 무역기구를 없애거나 민주화 시키면 자본주의 세계는 좋아질 수 있다는 국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국가를 그대로 둔 채 자본주의 모순을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개량주의에 빠지게 한다.

최고의 반제국주의 투쟁은 자국 내의 권력투쟁을 강화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전세계 제국주의의 금융, 산업, 무역의 연관고리를 끊어서 제국주의 사슬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 노동자계급과 국제주의적 단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만약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 대 저발전한 국가의 종속문제로 접근하면 자국 내 부르주아지와 그 힘의 원천인 국가권력에 대한 투쟁을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른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다함께’는 반아펙, 반부시 국민행동본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아펙반대 투쟁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열심히 투쟁했다는 것이 올바르게 투쟁했다는 것은 아니고 자신들의 정치적 과오를 면죄 받을 수 있게 하지는 않는다. 다함께는 국민행동본부를 다양한 세력들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공동전선으로 사고했다.

“한국의 다양한 운동이 반부시를 통해 집결할 좋은 기회이다.”(김어진, 다함께, 국민행동)

다함께는 노동자계급의 공동전선을 자신들의 요구를 하향평준화하여 다 같이 어울리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사상을 타락시켜도 되는 것으로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다. 다함께는 공동전선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파와 다를 바 없는 정치노선을 주창했다.

다함께는 “반전평화 운동만이 조지 W부시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 다함께는 제국주의 반대투쟁을 우파와 다를 바 없는 반부시의 문제로 접근하는가? 부시가 끌려 내려오면 제국주의가 사라지는가? 과연 반전평화 운동만이 제국주의 투쟁의 유일한 방향인가? 반제국주의 문제를 반전평화운동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원칙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다. 시민단체 식의 캠페인성 평화운동 만으로는 제국주의 전쟁을 끝장낼 수 없다.
다함께는 “APEC반대투쟁이 노동조합이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바람과 다르게 아펙에서 파견법 개악, 로드맵 공세에 맞서 총파업을 조직해야 하는 남한 노동자계급의 주요한 요구는 반아펙, 반부시 목소리에 눌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펙에서 노동자계급의 요구는 인권,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부문주의적 요구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이해는 국민행동본부라는 몰계급적 투쟁기관에 묻혀버렸다.

반아펙이 관료주의와 개량주의에 찌든 노동조합에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할 기회가 되려면 다양한 세력들이 내거는 국민적 요구, 부분적 요구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주요한 요구를 당당히 내걸어야 한다.

관료들은 현장 바깥에서는 반세계화 투쟁을 하면서도 이 자본주의적 반세계화가 가지고 오는 노동자계급의 억압과 수탈에 맞서 자본과 자본가 국가에 비타협적으로 맞서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그들은 사회적 합의주의, 협조주의를 통해 자본과의 타협이나 교섭에 매진한다. 개별자본의 이윤을 타격하는 투쟁을 회피하고 현장 바깥에서 반세계화 투쟁을 소리 높여 외친다는 것은 위선이다. 자본가들은 이러한 투쟁에 대해서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과연 자본의 세계화 자체 때문에 남한의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파탄 나고 있는가? 이러한 분석은 사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해결하지 못하게 한다.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남한 자본이 가하는 공격에 패배했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이 패배의 중심에는 투쟁을 회피하고 자본과 타협하는 개량주의 관료들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동전선이라는 이름으로 관료들을 폭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개량주의자들 수준으로 정치노선을 타락시키는 다함께 같은 기회주의자들을 먼저 폭로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운동이 가져오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 포괄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따라서 다양한 사회운동세력과 연대하지 않으면 안된다.”(김은아, 전국증권산업노조 조직국장)

이러한 ‘포괄적 대응’은 자본주의가 낳은 갖가지 결과에 대한 싸움으로 한정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낳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투쟁을 가로막는다. 자본주의 국가권력과 착취질서를 타파하기 위한 투쟁과 결합하지 않고 결과에 대한 포괄적 투쟁으로 한정한다면 이는 자본주의 내에서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개량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양한 세력들과 부문적 요구를 가지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평적인 운동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중심적인 요구를 가지고 자본주의에 의해 수탈당하는 농민들을 포함한 모든 인민들의 투쟁을 자본주의 착취질서를 타도하는 투쟁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세계화 반대투쟁을 하는 다양한 세력들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외친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자본주의에서 다양한 세력들이 수평적인, 자율적인 운동을 통해 부분적으로 서로 결합하는 무정부주의적 운동으로 가능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착취질서, 이 착취질서를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서 정치권력을 장악할 때만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노동자계급에 의한 전국적, 전세계적 생산의 재조직화와 계획만이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무정부성, 폭력과 억압의 야만을 깨고 전세계 인류를 해방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으로 다른 세계다.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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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전철연 승리지역 관련. 전철연 2220 2022.11.27 03:24
40 [철거민 이슈] 김포 신곡리 세입자 철거민대책위원회가 주거권투쟁에승리를 했습니다. 사진 첨부파일 [2] 전철연 14503 2007.03.24 14:23
39 [노동전선 이슈] 25일 집회 기사 -이주노동자방송국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12569 2007.03.24 14:14
38 [철거민 이슈] 소사 철거민 대책위원회 "승리의 함성" 첨부파일 전철연 13169 2006.09.25 21:59
37 [노동전선 이슈] <사법부> 포항노동자 무더기 중형, 사측 대체투입 불법엔 침묵 2006 사진 첨부파일 [1] 전철연 10918 2006.09.25 21:50
36 [노동전선 이슈] [관련자료] 노무현정권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미친 짓이다. 사진 첨부파일 [1] 전철연 23066 2006.09.25 21:48
35 [철거민 이슈] 소사 철거민 대책위원회 "승리의 함성" 첨부파일 전철연 13197 2006.09.11 23:00
34 [사회적 이슈] 환장할것 같아... 첨부파일 전철연 12170 2006.08.06 10:38
33 [노동전선 이슈] 자본과 국가권력, 너희 살인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 사진 첨부파일 [1] 전철연 10340 2006.08.02 16:37
32 [사회적 이슈]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종로구청앞 무기한 농성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13787 2006.08.02 14:52
31 [노동전선 이슈] 모여야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보육노조 노숙투쟁, 문화제로 힘찬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5986 2006.08.02 14:30
30 [철거민 이슈] [성명]민중운동진영의 공동대처로 용역깡패와 배후세력 막아내자!! 첨부파일 전철연 6184 2006.08.01 22:48
29 [철거민 이슈] 재래시장 활성화, 상가주인과 건설자본 위한 '돈잔치'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6471 2006.08.01 12:50
28 [노동전선 이슈] "하이닉스 매그너칩 투쟁 영상 - 하이닉스 매그너칩 투쟁승리 위한 전국노 첨부파일 전철연 25431 2006.07.18 20:53
27 [노동전선 이슈] [성명서] 신길자본의 하수인임을 자임한 검찰을 규탄한다 전철연 6017 2006.07.10 00:01
26 [사회적 이슈] 어제 저녁에 있섰던 팽성상인회의 상인들의 각목테러산건 일지입니다,, 전철연 12856 2006.07.09 23:59
25 [노동전선 이슈] 건설노동자들의 32층 고공농성장에 오른 사람들 첨부파일 전철연 8343 2006.07.05 22:20
24 [노동전선 이슈] 파견법 8년, 무관심 속에 파괴되는 삶 전철연 6563 2006.07.04 21:23
23 [노동전선 이슈] [포항지역건설노조]7월 1일(토) 전면 총파업 돌입!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5964 2006.07.02 12:23
22 [철거민 이슈] 흑석시장 강제 철거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10820 2006.06.24 17:17
21 [철거민 이슈] 수원시청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화서주공 철거민동지들의 가열찬 투쟁 사진 첨부파일 전철연 6819 2006.06.23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