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일제의 조총이 불을 뿜는다. 조선양심의 적개심에 타는 붉은 피가 하얀 옷을 물들이고 땅을 적신다.  
'초가노 삼간, 싹이노 철거하고 총독부를 빨리노 지어야 한다.' 
탕! 탕! 이땅의 싹쓸이 살인, 강제철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일제의 지배를 거부했던 선조들의 피를 이어받아 6,70년대 암울한 시대의 우리 선배 철거민들 또한 목숨을 걸고 노예되기를 거부하였다. 

대규모 이농민을 산업예비군으로 필요로 했던 당시, 경제발전계획이 달동네 판자촌을 만들어냈으며, 그곳에 정착한 탈농민 빈민들은 군부독재정권과 독점자본의 살농정책, 반민중적 정책을 온몸으로 폭로하고 항거하여 철거투쟁의 역사를 장식했다. 

이러한 철거투쟁의 역사는 87년 7월17일 서울시철거민협의회 결성, 90년 4월 돈암동 투쟁의 승리는 빈민운동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였다.

90년 전국빈민연합 결성으로 이후 전체 민중운동진영내에 부문대중조직으로 확고히 기반을 구출하여 철거투쟁역사는 오늘에 이른다.

이제, 우리는 전국철거민협의회, 서울시철거민협의회, 부산시철거민협의회, 경기도철거민협의회, 울산시철거민협의회, 대구, 창원 등으로 분화되었던 각각의 투쟁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고 전국철거민연합을 결성한다. 

이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준엄한 시대의 요구이자 전체 민중의 요구이다. 
또한, 과거 군부독재정권과 독점자본의 민중말살 책동을 능가하는, 더욱 교활하면서도 강도 높은 문민정부의 반민중적 본질이 하나둘씩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음에 다름아니다.

전국철거민연합은 결코 묵과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반민중세태를 바로잡기 위하여 도도한 철거투쟁의 역사를 계승, 강화한 철거민의 통일대오가 만들어짐을 뜻하는 것이다. 

전국철거민연합은 전체 철거민과 도시빈민의 총단결된 힘으로, 전 민중의 생존권을 수호하여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립하기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만천하에 선언한다.

1994년 6월 19일